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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영화 속 정의와 유쾌함

by kkunzee 2025. 7. 28.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2015년 개봉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대표적인 한국 액션·코미디 영화입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꼬집은 이 작품은, 강력계 형사 서도철과 재벌 3세 조태오 사이의 대결을 중심으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유해진, 황정민, 유아인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빠른 전개,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돋보이는 ‘베테랑’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인물 해석, 사회적 함의와 감독의 연출 의도를 중심으로 ‘베테랑’의 매력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유쾌한 정의 실현, 한국식 액션 코미디의 정수

‘베테랑’은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풍자극이며, 동시에 한국식 유머와 리듬감 있는 액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은 정의감 넘치면서도 인간미가 가득한 강력계 형사로, 부정부패와의 타협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의 시선에서 시작되며, 점차 조태오(유아인 분)라는 극단적인 권력의 상징을 마주하면서 갈등이 고조됩니다. 초반부는 경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사건이 심화될수록 영화는 사회적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합니다. 특히 조태오가 무분별하게 저지르는 폭력과 횡포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재벌 문제, 권력의 사유화, 법의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반면 서도철은 집요하면서도 현실적인 수사 방식을 고수하며, ‘힘없는 정의’가 어떻게 현실을 이겨내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극단적인 선과 악의 구도를 의도적으로 설정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현실 반영을 통해 관객이 ‘현실 속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통쾌한 전개와 긴박한 액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몰입에 있습니다. 황정민은 특유의 입체적인 연기로 서도철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으며, 유아인은 ‘역대급 악역’이라 불릴 만큼 조태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습니다. 두 인물 간의 팽팽한 대립은 영화 전반을 긴장감 있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조태오라는 악, 서도철이라는 삶의 방식

‘베테랑’에서 조태오라는 인물은 단순히 ‘못된 재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타인의 생명을 도구로 여기고, 자신의 행동이 법 위에 있다고 믿는 오만의 화신으로 묘사됩니다. 초호화 주택에서의 파티, 무분별한 폭력, 자기 합리화 등 그의 모든 행동은 현실 속 일부 상류층의 일그러진 단면을 극대화한 캐릭터로서 기능합니다. 조태오가 벌이는 일련의 행위들은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고 인간성을 잃게 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면, 서도철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의 수사는 고압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유쾌하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이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마초적 형사’와는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정의의 구현에 있어 인격적 접근이 어떻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서도철은 조태오의 실체를 폭로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장면—주차장에서의 격투, 언론 플레이를 차단하는 장면, 동료들과의 협업—은 정의가 제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유해진이 연기한 ‘팀장’은 코믹 relief 역할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후한 조언을 던지는 조력자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주인공 vs 악당’의 구도에 머무르지 않고, 각 인물들이 현실 속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면서 스토리를 풍부하게 구성합니다. 결국 ‘베테랑’은 조태오와 서도철의 대결 구도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해답을 관객 스스로 찾게 만드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정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끝까지 나선다면

‘베테랑’은 단순히 통쾌한 액션 영화로만 기억되기엔 아까운 작품입니다. 유쾌함과 사회 풍자, 현실 비판과 감정적 몰입이 동시에 가능한 이 영화는, 정의라는 가치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서도철은 결코 완벽한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며, 때론 분노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킵니다. 영화 속 대사 중 “어이가 없네”라는 유아인의 대사는 유행어가 되었고, 이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권력의 오만함에 대한 사회적 비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처럼 ‘베테랑’은 유희성과 메시지성을 동시에 확보한 보기 드문 상업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히 부조리를 비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개인의 실천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정의란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군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베테랑’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권력의 불균형, 법의 형평성, 시민의식 등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주제를 재치 있고 날카롭게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현대 한국 영화의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