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 위키드(Wicked)가 개봉했었죠. 브로드웨이 초대형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방대한 세계관과 드라마틱한 서사, 감정이 폭발하는 뮤지컬 넘버로 유명하지만, 정작 뮤지컬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과연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요? 이 글에서는 뮤지컬을 한 번도 관람한 적 없는 '비입문자'의 시선에서 본 영화 위키드의 첫 감상기를 토대로, 장르에 대한 선입견은 어떻게 깨졌는지, 몰입도는 어땠는지, 그리고 전체적인 서사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리뷰합니다.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가?
영화 위키드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생경함’이었습니다. 대사가 오가다 갑자기 노래가 시작되는 장면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런 낯설음도 잠시, 곧 음악과 장면의 조화, 배우들의 감정 전달력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의 첫 만남부터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은 흥미롭고 유쾌하게 연출되어 몰입을 유도합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이기 때문에 판타지적 설정이 많은데, 그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친절한 편이었습니다. 뮤지컬을 처음 접한 사람도 이야기 흐름을 놓치지 않게끔 핵심 전개를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많았고, 곡의 분위기도 이야기의 흐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배치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성이 뮤지컬의 기본 구조를 모르는 초심자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점은, 위키드가 단순히 뮤지컬을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장르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뮤지컬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만들고, 스토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큰 장점이었습니다.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과는 다른 포인트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이 ‘이 곡이 나올 줄 알았지’ 하며 기대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초심자는 곡 하나하나에 매번 새롭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만큼 감정의 전개가 더욱 순수하고 직관적일 수 있습니다. 영화 위키드는 대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존 영화들과 달리, 음악을 통해 감정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곧 그 형식이 가진 감정의 진폭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엘파바의 대표 넘버 ‘Defying Gravity’가 나올 때는, 대사의 힘보다도 그 멜로디가 주는 감정 폭발이 더 깊게 와닿았습니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해방감, 자신에 대한 긍정, 그리고 세상과의 결별이 하나의 노래 안에 압축되어 있었고, 이는 뮤지컬 초심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글린다의 유쾌함과 엘파바의 진지함이라는 대비 구도는 초보자에게 캐릭터 파악을 쉽게 해주며,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각 인물의 테마곡이 성격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므로, 뮤지컬을 몰라도 음악만으로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입문자의 시선에서 본 위키드의 장점과 단점
위키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뮤지컬 장르에 대한 오해를 깨준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만 나오면 지루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뮤지컬 형식은 오히려 감정과 서사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작용하며, 그것이 영화라는 매체와 만나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엘파바 역의 배우는 강한 카리스마와 감정 몰입도를 보여주며, 초심자인 관객도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듭니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감정이 정리되며 이야기의 전환점이 생기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친절한 구성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단점이라면 러닝타임이 길고, 뮤지컬 넘버가 자주 나와 중간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반복되는 구성과 멜로디의 유사성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관 설정이 깊기 때문에, 배경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중간중간 ‘이 장면이 왜 중요하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점은 전체적으로 본다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낯섦이 위키드라는 작품을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만들었으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다른 뮤지컬도 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 위키드는 뮤지컬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심자에게도 충분히 감동과 몰입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형식을 영화적 연출과 감정 표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캐릭터의 성장과 서사적 구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뮤지컬에 대한 흥미를 자극합니다. 장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위키드는 그 두려움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좋은 첫 관문이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첫 발을 디딜 절호의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