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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절반을 건 싸움,<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by kkunzee 2025. 8. 10.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0년을 집대성한 전환점이자,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가운데도 각자의 서사가 명확하게 전개되며, 특히 타노스라는 역대급 빌런의 철학적 내면이 중심축을 이룬다. 희생과 선택, 정의와 파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인 연출과 대중성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이 영화는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감정적 충격과 서사적 완결성을 갖춘 대서사시다.

히어로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집단 서사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이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0년간의 이야기 구조를 정점에서 엮어낸 종합적 결과물이며, 블록버스터 장르의 서사적 한계를 확장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동안 20명이 넘는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 방대한 인물을 통제된 구성과 정확한 리듬감 속에서 흘려보낸다. 이야기의 중심은 타노스라는 궁극의 빌런이다. 그는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의 절반을 ‘무작위로 제거’하려는 계획을 실행한다. 타노스는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인구 과잉으로 인한 자원 고갈과 멸망을 막기 위한 자기 나름의 논리를 지닌 철학적 캐릭터다. 이로 인해 관객은 그의 악행에 충격을 받는 동시에, 일정 부분에서 그의 목적에 대한 이해 또는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는 명확한 선악 구도 안에서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피니티 워>는 정반대다. 영화는 히어로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패배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기존 장르의 공식에서 벗어난 과감한 선택이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충격을 남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스냅’ 이후 일어나는 일들은 감정적으로 큰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 영화는 단일한 주인공이 없는 구조를 택한다. 각 캐릭터는 자신만의 서사와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며, 서로 다른 팀으로 나뉘어 다양한 시공간에서 타노스를 막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지구, 타이탄, 닥터 스트레인지의 성소, 와칸다, 그리고 스페이스의 깊은 곳까지 펼쳐지는 전장은 공간의 다양성과 함께 장르적 변주까지 보여준다. 이 모든 구성이 하나의 영화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은 이 작품의 연출력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타노스와 히어로들, 철학과 감정의 충돌

타노스는 단순히 파괴를 원하는 악당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우주를 위해 ‘필요한 악’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의 절반을 없애려는 그의 계획은 극단적이지만, 그 동기에는 일정한 논리가 있다. 자원의 한계와 인구 과잉, 생존 가능성 등을 고려한 그의 주장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로 인해 타노스는 관객에게 단순히 ‘미워해야 할 대상’이 아닌, 깊은 고민을 안기는 복합적인 인물로 자리 잡는다. 그와 대립하는 히어로들은 각자 다른 가치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토니 스타크는 책임과 불안 속에서 타노스를 막으려 하며, 닥터 스트레인지는 ‘14,000,605개’의 미래 중 단 하나의 가능성을 위해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 토르는 복수를 위해 새로운 무기를 얻고 타노스를 직접 타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의 감정적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어진다. 이처럼 모든 히어로들이 고군분투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다층적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가모라와의 관계는 타노스라는 캐릭터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낸다. 그는 진정으로 가모라를 사랑했지만,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해 그녀를 희생시킨다. 이 장면은 ‘사랑’과 ‘목표’ 사이에서 타노스가 내리는 선택을 통해 그의 모순적 인간성을 부각시킨다. 또한 관객에게 ‘진정한 희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비주얼과 액션 구성 역시 뛰어나다. 타이탄 행성에서의 전투 장면, 와칸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 스페이스에서의 시공간 이동 등은 각기 다른 시각적 쾌감을 제공하며, 공간 간의 전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전투 속에서도 유머와 감정이 적절히 배치되어 관객의 집중을 이끈다. 또한, 그루트, 로켓, 스타로드,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등 다양한 세대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과 서사를 충돌시키며 서사적 풍성함을 더한다. 음악 또한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데 탁월하다. 특히 마지막 ‘스냅’ 장면에서 들리는 적막과 페이드아웃은, 전투의 클라이맥스 이후 관객을 깊은 충격 속에 빠뜨리는 감정적 연출이다. 이는 단순한 패배가 아닌, 상실과 무력감, 그리고 다음 편에 대한 거대한 여운으로 연결된다.

 

패배 속에서 피어난 진정한 영웅 서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히어로 영화의 패턴을 역행한다. 영화는 승리가 아닌 패배로 끝난다. 그리고 이 패배는 단지 플롯의 전환이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내면에 새겨진 감정의 상처로 남는다. 영웅들이 ‘이기지 못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끝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의 진정한 의의는 단지 충격적인 결말이나 화려한 볼거리에 있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감정과 선택이 서사적으로 녹아든 정교한 구성, 그리고 '절대적인 악'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타노스의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어벤져스 시리즈의 깊이를 확장시켰다. <인피니티 워>는 결과적으로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아닌, 거대한 이야기의 전환점으로 기능한다. 영화가 끝나는 지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 허탈감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엔드게임’을 향한 기대와 질문을 증폭시킨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시리즈 중간편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긴장감과 완결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결론적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히어로 장르의 정점을 넘어선 대서사시다. 그것은 선과 악, 승리와 패배를 넘어, ‘희생’과 ‘신념’, ‘책임’과 ‘용기’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이며, 수많은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가 응축된 한 편의 거대한 시로 읽힌다. 이 영화는 단지 시리즈의 일부가 아니라, MCU의 철학을 가장 뚜렷하게 담아낸 핵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